[선유도]나만의 제품을 나에게 선물한다 <공셸, 동네를 품다>

에디터 박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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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 공방들



길을 걷다 나와 같은 가방을 맨 사람을 마주쳤다. 어색함에 괜히 휴대전화를 매만진다. 문뜩 생각이 들었다. 지금 지니고 있는 것들 중 대량 생산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하나도 없었다. 너와 다른 나만의 특별함을 손에 쥐고 싶어 선유도에서 찾아봤다. 나만의 개성과 정성을 오롯이 담아낼, 뭔가를 만들 수 있는 공방 말이다.


* 지난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목공예 공방
All day on & KDY wood studio

선유도역 2번 출구를 나와, 왼쪽 골목. 그리 찾기 어렵지 않은 우동집. 바로 옆 건물 지하로 내려가 철제문을 밀었더니 공방이 하나 있다. 이곳은 All day on 최연규, KDY Wood Studio의 김덕엽, 두 명의 목공예가가 합심해서 차린 공방이다.

SCM, Oliver, Laguna, Sawstop 목공예가라면 탐낼만한 기자재로 가득하다

 
이름난 회사의 마케팅과 브랜딩 업무를 도맡고 있었던 최연규 목공예가. 20살부터 배우로 시작해, KBS 드라마 스페셜과 같은 TV와 연극 무대를 넘나들었던 김덕엽 목공예가. 두 사람 모두 몸담았던 분야는 달랐지만 같은 공방 출신이란 인연이 현재까지 이어져 함께 같은 공간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목공예 작품이 나오기 전, 미니어쳐 작업은 필수다

 
하얗게 꾸며진 내부는 제법 넓다. 각종 목공예 기자재가 놓인 작업 공간과 전시 및 간단한 작업이 가능하게끔 공간을 두 군데로 나눴다. 아마 목공예에 관심이 많은 이가 공방에 있는 기자재를 본다면 제법 놀랄 것이다. SCM, Oliver, Laguna, Sawstop 등으로 어지간한 목공예 공방에서 보기 힘든 고급 장비들을 갖췄다. 앞으로 있을 수강생들에게 좋은 환경을 주고 싶었다고.

목공예 관련 아이디어 회의 중인 두 목공예가

목공예 수업은 내년 1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그간 두 목공예가는 전시 준비로 바빴기 때문인데, 보통의 공방처럼 취미, 중급, 고급과 같은 딱딱하게 짜인 커리큘럼은 없을 것이란다. 먼저 수강생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무엇을 시작할지 직접 정하게끔 할 예정이다. 목공예 수업에서 추구하는 목표가 ‘본인 실생활에 필요한 것부터 가르친다’이기 때문이다.


INFORMATION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22가길 4

www.instagram.com/all_day_on



 

가죽 공예 공방

VERO CUOIO


골목 한켠에 영문으로 쓰인 나무 간판과 이른 아침부터 불빛이 새어나오는 공방의 모습은 이미 오래된 작업실처럼 따뜻한 느낌을 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서 내리니 누가 수강생이고 누가 공예가인지 모를 편안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에 걸맞게 직접 손으로 만든 가죽제품들이 공방 곳곳 자연스럽게 놓여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가죽 공예의 열기가 타오르는 VERO CUOIO 공방


VERO CUOIO, 이탈리어어로 천연 가죽이라는 의미. 이탈리아제 가죽 제품을 구매해본 사람이라면 익숙할 것이다. 이곳의 공방장, 천재성 가죽 공예가는 핸드백 제조 회사에 다녔다. 가죽과는 거리가 멀었던 회사원이었지만, 핸드백 회사다 보니 자연스레 가죽 공예 장인들을 볼 기회를 가졌다. 그들이 땀 흘리며 가죽 공예에 전념하는 모습은 너무도 숭고해 가슴에 와닿았다고.

각종 기자재 및 재료들


몇 년 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가죽 공예의 본토, 이탈리아 피렌체로 날아갔다. 그곳에서 피나는 수련 끝에 국내로 돌아온 그는 선유도에 자리 잡고 수강생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천재성 가죽 공예가는 수강생들에게 무엇보다 가죽 공예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즐기는 자를 이길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공방의 제작물들

 

최근,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홀로 가죽 공예를 습득하는 이들도 있지만,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면 가죽 공방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최선이다. 현재 VERO CUOIO 공방은 블로그를 통해 수강 신청을 받고 있으며, 수업은 대체로 1달 기준으로 진행된다.


INFORMATION 

blog.naver.com/verocuoio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14길 9 3층



반려동물 인형 공방

포밍슈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반려동물. 그만큼 반려족들이 늘었다는 증거다. 최근 선유도에는 반려족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반려동물 인형 공방이 있다. ‘나를 지켜주는 귀여운 수호펫’이라는 콘셉트의 포밍슈가다.


귀여운 반려동물 인형 천국 포밍슈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하다.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추모하거나, 반려동물의 현재 모습을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기고픈 사람. 또는 단순히 포밍슈가의 키링이나 반려동물 인형이 예쁘다는 이유로 포밍슈가로 발걸음 하는 이들도 많다.

수없이 찌르고 또 찌르고, 제작 공정은 그야말로 인고의 과정이다


반려동물 인형은 니들펠트 기법으로 만든다. 바늘과 양모를 이용하는데, 돌기가 있는 바늘로 양모를 계속해서 찌르다 보면 이것이 양모인가 싶을 정도로 제법 단단해진다. 그 위에 여러 장식을 올리면서 완성해 나간다. 이처럼 바늘로 한 땀 한 땀 양모를 찌르다 보니, 들어가는 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공방 내부


현재 인형 공예 수업은 정규반과 원데이 클래스로 나눠 진행한다. 매번 일정은 블로그를 통해 공지하는데 대체로 정규반의 경우 한 달에 4번 정도 이뤄진단다.

INFORMATION
blog.naver.com/gethighh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20길 20



에디터, 사진 박현성
star@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