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선유도에 부는 변화의 바람 <공셸, 동네를 품다>

에디터 박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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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 프롤로그



선유도 공원으로만 알려진 선유도. 이곳이 변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홍대나 연남동, 신촌 등에 있던 전시장, 쇼룸, 카페 등 여러 핫한 공간들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선유도로 하나둘씩 모여든다. 그로 인해 외지인들의 유입은 늘어만 간다. 연남동, 성수동, 문래동을 잇는 핫플레이스의 이름을 선유도가 움켜쥘지 모른다. 그 진화의 시작, 공셸이 찾아가 봤다.

 
선유도, 다시 살아나다

몇 년 전 선유도로 이사 간다니 서울 토박이 친구가 말했다. “너 섬으로 가?” 두 눈 동그래져서 말이다. 그는 선유도를 군산의 섬과 착각했나 보다. 양화대교 바로 중간 지점에 입구가 있는 서울 선유도를 말했는데 말이다.
 

95년 선유도 주변 도로 공사 사진. 뒤편으로 철공소들이 보인다


그만큼 선유도 지역은 거주민이나 서울 봄, 가을의 나들이 장소 찾아 동분서주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야경을 즐겨 찍는 이들 외에는 잘 알지 못하는 그런 동네다. 아마도 특별한 랜드마크가 없다 보니 시끄럽지도, 빼어나지도 않은 동네라 그럴지 모르겠다.


선유도역 사거리와 선유도에서 가장 큰 회사 롯데홈쇼핑


하지만 철강 산업이 고속성장을 하던 70년~80년 초까지만 해도 선유도 주변은 달궈진 철강의 뜨거운 열기와 노동자들의 아우성으로 이글거리던 시끌벅적한 곳이었다. 인근 문래동을 시작으로 대림동 일대까지 철공소들로 빼곡했다.


30년 된 문구점

세탁소, 40년 넘은 북엇국집, 오랜 기간 사랑받는 선유도 식당. 세월의 흔적 가득하다

  

그러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고. 90년대 후반 경기 침체, 저가 중국산 제품의 대량 유입 등의 이유로 철강 산업이 곤두박질치자 대다수 철공소가 선유도를 떠났다. 사람들도 자취를 감췄다. 원주민에 따르면 당시 선유도 주변의 분위기는 암울해, 슬럼가를 연상케 했단다.


공장부지가 사라진 그 자리를 공동주택들이 메꿨다


그랬던 선유도가 다시 살아났다. 급히 떠나버린 공장부지가 헐값 매물로 나오자 선유도 지역으로 서민들이 하나둘씩 아담한 공동주택을 지으며 들어섰다. 볼거리 좋은 선유도 공원이 생기고 지하철까지 완공되자 사람들의 유입은 더욱 급격히 늘었다. 상권도 활력을 되찾았다.

랜드마크 선유도공원

선유도란 이름에 걸맞게 이곳의 랜드마크는 단연 선유도공원이다. 본디 선유도는 산과 같은 형태였다. 그래서 조선 시대에는 선유봉으로 불렸단다. 얼핏 보면 고양이와 닮았다 해 ‘굉이산’으로도 통칭했다.


정수장이었던 선유도

 
이런 선유봉이 선유도가 된 이유에는 조금 아픈 역사가 있다. 일제강점기 선유봉은 잘려나가는 수모를 겪는다. 한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1925년 일제는 선유도 봉우리를 잘라 암석과 흙으로 둑을 쌓았기 때문. 이후 여의도 비행장을 짓기 위해 자갈과 모래로도 사용돼 다시 잘려나갔다.

지금처럼 선유도가 공원이 된 시기는 2002년부터다. 1978년 들어선 정수장이 한강 하류 오염으로 식수 불가 판정을 받고 2000년 중단됐고, 서울시는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개방했다.

단풍으로 물들은 선유도 공원

공원내 식물원

선유도공원은 이전 정수장 건물과 설비를 대다수 보존하면서 공원화한 국내 최초의 환경 재생 생태공원이다. 환경 보호를 이유로 매연 뿜는 자동차는 출입금지다. 자전거 이용도 금지다. 이는 공원을 찾은 나들이객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야경 스팟으로 유명한 선유도공원


밤낮 가릴 것 없이 선유도공원은 늘 인산인해다. 빌딩 숲에서 만나기 힘든 다양한 식물, 푸른 한강의 물줄기를 공원 곳곳에 자리한 쉼터와 잔디밭에 편히 앉아 만끽할 수 있기 때문. 자정까지 개방되므로 늦은 시간 한적하게 걷기도 좋다. 이때 공원 곳곳 어둠을 밝히는 조명들은 묘하게 식물들과 어우러지는데, 야경을 찍으려는 사진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요소이기도 하다.

젠트리피케이션, 선유도를 이롭게 하다

랜드마크가 생기고 지하철이 생기니 선유도는 깔끔하게 단장했다. 그러자 선유도 주변 크고 작은 카페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최근 다리 건너 홍대, 합정, 연남동 등지에서 벌어지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해, 일부 이름난 카페들도 선유도로 넘어왔다.

선유도에 자리잡은 독특한 공간들


뒤이어 여러 독특하고 재밌는 공간들도 선유도에 둥지를 틀었다. 복합문화공간 쇼앤텔, 카페 이파네마 등도 연남동, 합정 등지의 치솟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넘어온 케이스다. 덕분에 주말 선유도 주변은 분위기 좋은 카페, 재밌는 공간을 찾는 외지인들의 발길로 복잡해지는 형세다.

연트럴파크라는 ‘랜드마크’에 의해 떠버린 연남동. 죽었던 수제화 거리를 ‘새롭게 단장’해 살아난 성수동.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몰려든 예술가들의 유입으로 명소가 된 문래동.

모두 본디 핫플레이스와는 멀었지만 이젠 서울에서 모르면 간첩인 동네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핫플레이스가 된 요소, 모두 선유도는 일단 갖췄다. 다음 주에는 핫플레이스가 될 선유도의 핫한 공간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선유도가 핫플레이스가 될 것이라 단정 짓긴 어렵지만, 그 변화의 시작을 공셸은 함께 할 것이다.

핫플레이스가 될 선유도의 핫한 공간들. 다음 주에 공개한다

* 다음 이야기에는 선유도의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을 소개합니다.  



에디터, 사진 박현성
star@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