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힙보다 히피 <작은물>

에디터 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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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_메이커의 실험실


맥시멀리스트 히피의 작업실. 카페 ‘작은물’ 한 줄 요약이다. 미니멀하고 심플한, 그 느낌적인 느낌은 온데간데없이 실내는 자유분방하게 흩어놓은 소품들로 빼곡하다. 마치 어디까지 자유로울 수 있나 실험하는 듯 보일 정도다. 이런 분위기는 누가 베낄 수도 없다.

 


6평 남짓한 공간의 문을 열면 세면대가 먼저 손님을 반긴다. 본래 화장실의 수도꼭지가 그대로 노출되고 그 위로 총천연색 그림이 걸려있다. 정체 모를 분위기는 내부를 둘러봐도 마찬가지다. 테이블을 덮은 천에는 구불구불한 열대 식물 잎과 줄기에 작은 조각 문양이 빡빡하게 들어찼다. 색깔도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보이는 연두색과 선홍색 등 진하고 과감하다. 작은물 윤상훈 대표는 이곳에서 만난 사진가들이 선물한 사진으로 벽을 채우고, 조각가 친구가 만든 오브제로 테이블을 꾸몄다.


정신없고 어지럽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각자 사연이 있고 창작자의 감각이 들어간 소품들이다. 애초에 이 공간부터가 악가인 윤 대표를 포함한 창작자 5명의 작업공간이자 갤러리 겸 공연장이다. 인디 뮤지션의 음악 공연이나 시 낭독회 등 크고작은 행사가 수시로 열린다. 작은물의 행사는 특별한 기획에서 출발한다기보다는 카페에 손님으로 왔다가 친구가 되어 대화를 나누다가 물 흐르듯 나온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


반면 커피 메뉴는 시작부터 정성을 들인다. 직접 원두를 볶고, 섞어서 만든 ‘작은물 블렌딩’은 핸드 드립으로 제공한다. 축 늘어져 있다가도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산미가 강한 편이어서, 생초콜릿을 곁들여 먹기도 한다. 한입 크기의 초콜릿과, 함께 제공되는 원두를 동시에 씹어먹으면 원두의 고소함이 초콜릿의 씁씁한 끝맛을 덮는다.


“작은물은 거창하지 않은 물이에요. 시골물일 수도 있고요.” 카페 이름처럼 윤 대표의 바람은 소박하다. 이국적인 인테리어를 본 사람들이 외국물 먹었냐고 묻기도 하지만 이곳을 대단하게 포장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너무 느리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는 공간을 힙하게 꾸미는 데에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는 이곳의 소품과 공연이 시작된 계기처럼 자유롭게, 히피처럼 시간을 쌓는다.

INFORMATION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16길 6 3층
instagram.com/zak_eun_mul
작은물 블렌딩(5.0), 초콜릿(8.0)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