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랜드마크 카페를 디자인하다 <할아버지 공장>

에디터 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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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개인 카페의 주인 상당수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다. 그들은 메뉴를 홍보하고, 행사를 알리는 게시물을 올리기 위해 정성스레 사진을 찍고 보정한다. 반면 카페 ‘할아버지 공장’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잠잠하다. 이 잠잠함은 일종의 자신감이다. 홍동희 대표가 아무런 마케팅 활동 없이 카페 ‘대림창고’를 성수동 랜드마크로 만든 후 두 번째로 만든 공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할아버지 공장에는 이미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할아버지 공장 내부는 실제 공장처럼 넓다. 전체 1, 2층과 야외 테라스 자리를 합쳐 300평 규모라는 것만으로도 두 자릿수의 평형에 익숙한 눈에는 이미 낯선 풍경이다. 실내 테이블은 소재를 목재로 통일하고, 자연스럽게 갈라지거나 휜 나무의 형태를 살려서 ㄷ자 모양, Y자 모양 등의 나무를 그대로 얹은 듯한 비주얼을 만들어냈다. 공간을 전체적으로 보면 같은 나무 소재톤을 유지하면서도 형태의 변주를 주어 지루하지 않고, 테이블에 앉아서 보면 목판의 곡선과 나뭇결을 느낄 수 있다.


나무가 실내의 인프라를 담당하고 있다면, 미술 작품은 벽과 천장의 인테리어를 담당한다. 갤러리 카페를 표방하는 곳답게, 널찍한 공간의 벽 대부분을 그림으로 채워 여백의 면적과 그림의 면적이 비슷하게 보일 정도다. 다만 벽에 못을 박는 대신 선반 위에 그림을 올려 두고 수개월에 한 번씩 작품을 교체해 구성을 달리한다. 2층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아닌 설치미술 작품을 걸었다. 바로 아래 테이블을 계단식으로 만들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배치한 점이 인상적이다. 20년간 건축 분야에서 활동한 홍 대표의 설계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카페는 단순히 예쁜 장소가 아니라 머무는 공간인 만큼, 할아버지 공장의 메뉴 구성은 음료부터 식사까지 다양하다. 브런치 메뉴인 쉬림프 과카몰리 샌드위치와 브리 치즈를 얹은 과일 치즈 샐러드처럼 가벼운 메뉴도 있는 반면 꽃게 로제 파스타 등 한 끼를 책임질 음식도 있다. 음료 메뉴 중 콜드브루 더티 아인슈페너는 다른 곳에서 흔히 보기 힘든 시그니처다. 콜드브루 커피 위에 마시멜로우처럼 쫀쫀한 생크림과 유리잔 바깥 부분에 굳힌 초콜릿이 깔끔하다.


“사람이 많이 오게 하기 위한 특별한 방법은 감각적인 디자인뿐입니다.” 홍 대표가 주목하는 키워드는 디자인이다. 물론 눈으로 보기에도 예뻐야 하겠지만, 그는 디자인이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인 설계(Design)를 놓치지 않는다. 할아버지 공장과 같은 갤러리 카페는 내부 소재와 작품, 음식 등이 조화롭게 설계될 때 ‘감각적이다’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대림창고를 통해 자신의 디자인으로 대중을 불러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디자인에 대한 욕망을 적재적소에 섬세하게 표현하려 했습니다“는 홍 대표의 말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INFORMATION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7가길 9

http://gffactory.co.kr/

쉬림프 과카몰리 샌드위치(15.0), 꽃게 로제 파스타(22.0)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