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테이블 위에 올라간 스쿠터 <바이산>

에디터 진성훈
조회수 4697

성수동


서울에 잘 꾸민 카페는 많다. 교통이 불편한 성수동의 카페는 입지상 불리하다. 그럼에도 카페 ‘바이산’에는 2년째 손님이 가득하다. 오랫동안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는 건 바이산에 뭔가 다른 것이 있고, 그 매력은 일회성이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바이산에는 이곳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스패니쉬 우유튀김과 이곳이 아니면 불가능한 규모의 설치미술 작품이 있다.

 
바이산은 겉보기엔 육중한 인더스트리얼 카페지만, 문을 열면 핑크색 자동차가 손님을 반긴다. 성수동의 흔한 창고형 카페라는 선입견이 깨진다. 독특한 콘셉트와 발랄한 색감에 매혹된 손님들이 너나할 것 없이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발을 들이면 7m가량의 높은 층고, 기둥 하나 없이 탁 트여 있어 눈 둘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시간을 두고 실내를 찬찬히 둘러보아도 좋다. 테이블부터 의자까지 모두 작가들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긴 동판 테이블은 이광호 작가, 하이 체어는 정원섭 작가가 만들었다.


한편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으로서 폭이 2m가 넘는 회화작품은 물론, 설치작품 역시 전시된다. 중앙 테이블에 스쿠터를 올려놓는 등 과감한 인테리어를 시도하는 것은 단순히 자리가 남아서가 아니다. “작품을 대중에게 알리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는 바이산 김지말 대표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2~3개월마다 작품이 교체되는 덕에 작가에게는 전시의 기회를, 방문객에게는 흔히 만나기 힘든 설치작품을 꾸준히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작품 뿐만 아니라 메뉴도 독특하다. 바이산에는 스패니쉬 우유튀김, 보이차, 피자두 에이드 등 흔치 않은 식음료들이 포진해 있다. 스패니쉬 우유튀김은 고체 상태의 우유를 튀겨 겉은 바삭하고 안은 포슬포슬한 볼 형태로 만들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끼얹어 먹도록 제공된다. 겉보기로나 맛으로나 흔치 않은 경험이다. 9년간 발효숙성한 찻잎을 발효숙성해 보이차 본연의 향과 맛을 살렸다. 특히 나이티차는 소금이 가미된 휘핑크림을 차 위에 토핑해 독특한 차맛을 냈다. 취향대로 잣, 호박씨, 피칸 등 토핑 추가도 가능하다.



바이산이라는 이름도 사실 중국 심천의 보이차 브랜드명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바이산은 차 시장이 아직 미숙한 국내에서, 그중에서도 최근에야 주목받기 시작한 보이차를 알리기 위해 2년 전부터 찻잎을 들여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바이산의 다름은 단순히 규모의 다름에서 그치지 않고, 카페에 있을 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지 못한 작품과 메뉴로 이 규모를 채움으로써 완성된다.

INFORMATION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78
instagram.com/baesan_warehouse_cafe/
보이나이티(6.9), 피자두 에이드(7.5), 스패니쉬 우유튀김(9.9)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