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오브제의 모험 <루이스의 사물들>

에디터 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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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 메이커의 실험실




카페 ‘루이스의 사물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루이스 박’ 대표가 좋아하는 사물들로 채워졌다. 흰 커튼을 덧씌운 조명, 석고대 위에 고정한 갈색 흔들의자, 페인트를 묻혀 위에서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천 조각.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은 오브제는 옆구리를 쿡 찔러 대화를 유도한다.



루이스의 사물들은 런던에서 사진과 패션 스타일링을 전공한 박 대표의 카페다.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가 만든 공간들은 감각적이다. 박 대표는 루이스의 사물들 이전에 익선동 카페 ‘식물’과 을지로 카페 ‘잔’을 차례로 선보이며 공간기획자와 카페투어족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잔은 찻잔, 빈티지컵, 와인잔 등 수십 종의 잔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잔에 음료를 담아 마신다는 콘셉트만으로도 트렌드 얼리어답터의 입에 오르내리며 그들의 모임 장소로 사용됐다.



루이스의 사물들은 취향에 맞게 잔을 고른다는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온 동시에 박 대표의 관심을 다른 사물들로 확장한 결과물이다. 그는 세계 각국의 빈티지 오브제를 가져와 공간에 배치한다. 오래된 나머지 끝이 닳아 속이 드러난 나무 책상, 빛이 바랜 흑백 일러스트 등이 먼지 하나 없는 매끈한 유리잔과 함께 놓였다. 각자 개성이 다르기에 자칫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색감과 형태가 지나치게 장식적이지 않아서 제법 조화롭다는 인상을 준다.


“사람과 사물, 공간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알아가려고 한다”. 루이스의 사물들 소개 글의 한 문장이다. 마치 미술관처럼 입구 옆에 일종의 ‘기획의도’를 작성해 걸어둔 것. 무언의 대화를 통해 사물과 공간, 사람의 관계성을 탐구한다는 말은 전시와 공연으로도 구현된다. 화가의 개인전이나 디제잉 퍼포먼스 등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과 접점을 만들어 자신의 가설을 테스트하는 것이리라.


루이스의 사물들이 을지로 일대에서 보기 드물게 넓은 공간을 자랑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20명가량이 앉을 수 있는 바(Bar) 테이블과 청계천이 한눈에 보이는 넓은 창가 자리는 대화를 나누기 더없이 좋은 ‘판’이다. 가구와 사물이 인테리어 장식으로 기능하는 대신 대화 나누기 좋은 자리 혹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대화 소재로 활용된다면, 사물에는 스토리가 담길 것이다. 그렇게 매일 다른 대화로 채워지는 시간을 이어붙이면, 꽤 괜찮은 모험 이야기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INFORMATION
02-2274-4854
서울 중구 청계천로 172-1 3층
잔 라떼(5.5), 베트남 연유커피(6.5)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