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 | 골목길 개척자

방배동 카페골목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대신 새로운 세대에게 길을 내어주고 있다. 한 블록만 더 들어가면 개성 있는 카페와 갤러리, 공방이 줄지어 등장한다. 마치 홍대라는 작은 동네가 작은 ‘신(Scene)’을 구성했던 것처럼. 방배동의 골목은 세련됨이라는 옷을 입고, 때로는 서울 한복판까지 뻗어 나간다.
방배동 카페골목의 시작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세대 부촌으로 불리는 동부이촌동에서 인기를 끌었던 레스토랑 ‘장미의 숲’이 방배중앙로로 자리를 옮기며 사람들을 불러모은 것이다. 장미의 숲을 시작으로 허허벌판이던 방배동에는 주병진 등 연예인이 카페를 열고 손님을 맞았으며, 가수 유재하는 단골 펍에서 피아노를 치며 팝송을 불렀다.

특색 있는 공간과 엔터테이너가 모이자 유동인구도 늘어났다. 인근에 세워진 아파트로 인해 생긴 고정 수요층도 함께 카페골목 일대를 띄웠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홍대 상권이 부흥하면서 방배동 카페골목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일부 카페들을 손님을 끌기 위해 호객꾼인 일명 ‘삐끼’를 고용했고, 호객행위와 퇴폐영업이 늘어났다. 유흥업소의 심야영업에 대한 단속이 시작됐고, 카페골목은 최우선 단속 대상이었다. 이 역시 30년 가까이 지난 일이 되었다. 한 세대가 지났으니 새로운 흐름이 등장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카페골목으로 불리는 도로변이 아닌 한 블록 옆의 방배42길과 주택가 골목은 비교적 한산하다. 동시에 방배동은 여전히 동네 장사를 해도 될 만큼 수요가 받쳐주는 곳이자 세련된 문화자본을 갖춘 강남권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물적 정신적 토대 위에 생겨난 공간들이 있다.
최근에는 주택단지 사이에 숨어있는 공간들을 찾아낸 유형이 부쩍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쿠키, 마들렌 등 압도적인 퀄리티로 유명한 베이커리 메종엠오는 멀리서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최근 ㈜신세계의 호텔 레스케이프에 입점하며 작은 가게라도 확고한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오픈 1년이 채 되지 않은 카페 ‘무이네’와 ‘리프레셔스’는 일종의 휴양지 혹은 확장된 거실의 역할에 충실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공간들에는 주택가에 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인테리어로 가게 안과 밖의 분위기를 확연히 다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 다른 유형은 방배42길에 줄지은 갤러리와 공방이다. 300m 남짓한 거리에 나무공방, 향수공방, 소규모 아트 갤러리, 인테리어 사무소 등 디자인과 예술을 망라하고 조그만 가게가 포진해 있다. 대부분 6평 남짓한 공간들로, 일대일로 친절하게 설명을 듣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기에 알맞은 규모다. 누구나 여유롭게 산책하다가 관심이 가는 가게를 기웃거리고, 슬쩍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다. 세련된 분위기와 부담스럽지 않은 아기자기함을 동시에 갖췄다.


골목은 모습을 바꾸고 있다. 프랜차이즈 상권이 들어와 바뀐 골목이 있는가 하면, 다음 세대가 스스로 개척하고 바꾼 골목이 있다. 물론 새롭게 바뀐 골목 역시 카페골목과 같은 길을 가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리 쉽게 휩쓸리지는 않을 것이다. 방배동 카페골목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이들이 고심 끝에 자리 잡은 공간들은 한 곳에 몰려있지 않다. 저마다 ‘각자의 골목’을 가지고 손님을 끌어모은다. 방배동 카페 골목의 버전 업데이트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
방배동 | 골목길 개척자
방배동 카페골목의 시작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세대 부촌으로 불리는 동부이촌동에서 인기를 끌었던 레스토랑 ‘장미의 숲’이 방배중앙로로 자리를 옮기며 사람들을 불러모은 것이다. 장미의 숲을 시작으로 허허벌판이던 방배동에는 주병진 등 연예인이 카페를 열고 손님을 맞았으며, 가수 유재하는 단골 펍에서 피아노를 치며 팝송을 불렀다.
특색 있는 공간과 엔터테이너가 모이자 유동인구도 늘어났다. 인근에 세워진 아파트로 인해 생긴 고정 수요층도 함께 카페골목 일대를 띄웠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홍대 상권이 부흥하면서 방배동 카페골목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일부 카페들을 손님을 끌기 위해 호객꾼인 일명 ‘삐끼’를 고용했고, 호객행위와 퇴폐영업이 늘어났다. 유흥업소의 심야영업에 대한 단속이 시작됐고, 카페골목은 최우선 단속 대상이었다. 이 역시 30년 가까이 지난 일이 되었다. 한 세대가 지났으니 새로운 흐름이 등장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카페골목으로 불리는 도로변이 아닌 한 블록 옆의 방배42길과 주택가 골목은 비교적 한산하다. 동시에 방배동은 여전히 동네 장사를 해도 될 만큼 수요가 받쳐주는 곳이자 세련된 문화자본을 갖춘 강남권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물적 정신적 토대 위에 생겨난 공간들이 있다.
최근에는 주택단지 사이에 숨어있는 공간들을 찾아낸 유형이 부쩍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쿠키, 마들렌 등 압도적인 퀄리티로 유명한 베이커리 메종엠오는 멀리서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최근 ㈜신세계의 호텔 레스케이프에 입점하며 작은 가게라도 확고한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오픈 1년이 채 되지 않은 카페 ‘무이네’와 ‘리프레셔스’는 일종의 휴양지 혹은 확장된 거실의 역할에 충실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공간들에는 주택가에 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인테리어로 가게 안과 밖의 분위기를 확연히 다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 다른 유형은 방배42길에 줄지은 갤러리와 공방이다. 300m 남짓한 거리에 나무공방, 향수공방, 소규모 아트 갤러리, 인테리어 사무소 등 디자인과 예술을 망라하고 조그만 가게가 포진해 있다. 대부분 6평 남짓한 공간들로, 일대일로 친절하게 설명을 듣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기에 알맞은 규모다. 누구나 여유롭게 산책하다가 관심이 가는 가게를 기웃거리고, 슬쩍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다. 세련된 분위기와 부담스럽지 않은 아기자기함을 동시에 갖췄다.
골목은 모습을 바꾸고 있다. 프랜차이즈 상권이 들어와 바뀐 골목이 있는가 하면, 다음 세대가 스스로 개척하고 바꾼 골목이 있다. 물론 새롭게 바뀐 골목 역시 카페골목과 같은 길을 가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리 쉽게 휩쓸리지는 않을 것이다. 방배동 카페골목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이들이 고심 끝에 자리 잡은 공간들은 한 곳에 몰려있지 않다. 저마다 ‘각자의 골목’을 가지고 손님을 끌어모은다. 방배동 카페 골목의 버전 업데이트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