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좋은 카페는 호텔이 된다 <훔볼트>

에디터 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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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 | 메이커의 실험


어떤 카페는 손님을 쫓아내려는 것처럼 보인다. 터무니없이 낮은 테이블, 어두운 조명, 위생적이지 못한 인테리어 마감 등을 마주할 때면 호텔처럼 깨끗하고 안락한 공간이 그립기도 하다. 다행히 카페 ‘훔볼트’는 밝은 조명과 흰 벽지로 실내를 꾸며 성수동에서 깔끔함을 맡고 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세 개의 샹들리에가 성수동 방문객의 발길을 멈춘다. 2층 천장부터 1층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쭉한 샹들리에가 옆으로 나란히 매달린 모양은 마치 포도가 주렁주렁 열린 듯 훔볼트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호기심에 이끌려 문을 열면 대리석 바닥과 대리석 테이블, 황금색의 의자가 환하게 손님을 맞는다. 공장과 창고를 개조한 인더스트리얼 카페 일색인 성수동에서 흔치 않은 풍경이다. 훔볼트는 대리석으로 꾸민 공간에 황금빛을 더해 완성한 화려함을 한껏 자랑한다.


하지만 단순히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훔볼트는 전체 세 개의 층으로, 방문목적에 따라 구성을 달리했다. 1층 카운터에는 테이크아웃 손님을 위한 작은 테이블과 야외의 테라스 공간을 마련했다. 2층은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해 한쪽은 노트북으로 공부하거나 일하는 고객을 위해 콘센트가 설치된 바 테이블을 놓고, 다른 한편엔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푹신한 가죽소파와 원형 테이블을 배치했다. 지하층에는 조금 더 아늑하게 머물도록 조도를 낮추고 목재 바닥을 사용했다. 이렇게 다양한 구성을 가진 공간은 어떤 목적으로 가도, 누구와 가도 괜찮다는 인상을 준다.


빵 종류도 다양해 마음에 드는 것 하나쯤은 어렵지 않게 고를 수 있다. 캐러멜 소금 마카롱부터 블루베리 케이크, 딸기쿠키슈까지 모든 베이커리 메뉴를 파티쉐가 매일 직접 굽는다는 점도 입맛을 돋운다. 음료는 케이크나 빵과 함께 마시기 좋은 라떼류가 알차게 마련돼 있다. 기본메뉴인 카페라떼부터 바닐라 라떼, 솔티드 피넛 라떼 등 라떼 종류만 10가지가 넘는다. 그중 녹차라떼는 진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 생크림이 들어간 베이커리와 궁합이 좋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이스 설리번이 남긴 말이다. 단순히 예쁘게 만드는 것, 혹은 기존의 방식대로 만드는 것을 넘어 본래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격언이 건축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겉보기에 훔볼트는 화려하고 장식적이지만, 목적에 따라 공간을 기획하고 베이커리 카페라는 콘셉트에 어울리는 음료 메뉴를 구성했다. 어딜 가도 유행하는 메뉴와 인테리어를 볼 수 있는 지금, 훔볼트가 빛나는 이유다.

INFORMATION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이로 58

딸기쿠키슈(4.3), 팡도르(3.5), 녹차라떼(5.0)



에디터, 사진 진성훈
sh.jin@gongsh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