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전시 때마다 자신의 도자기를 땅에 묻는 작가, 왜?

GONGS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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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유의정



고궁과 박물관을 놀이터 삼아 자란 소년은 도자를 만드는 작가가 되었다.

그런 그가 마음에 품은 질문.

내가 만든 도자와 유물 도자의 차이가 뭘까? 유물을 만드는 요소, 상황은 무엇일까?


그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실제 유물 발굴 현장, 유물 소개 박물관처럼 꾸민 후 자신의 작품을 유물인 양 소개한다면… 과연 관람객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흙 더미와 조명 등을 활용해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유물을 전시하고, 심지어 실제 고궁 문화재 안내자를 섭외해 '진짜같은' 설명까지 곁들였다.


숨어서 관람객들을 관찰하던 그의 귀에 들린  흥미로운 대화 한 토막.

“근데 이 옛날에도 스타벅스가 있었나?”

“그러니까... 있었나?!”




도자예술가 유의정.

그의 작업은 무엇이 유물을 유물답게 만드는지, 유물 속에는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에 바로 지금의 문화를 담고, 전시 때마다 어딘가에 몰래 묻어버린다. 

시간이 지나 누군가에 의해 발견된다면, 그때는 또 어떤 흥미로운 대화가 들려올까?


마치 유물처럼 존재하지만 결코 유물은 아닌 도자기를 만드는 작가 유의정.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작업실을 찾았다.



본 인터뷰는 '윤기원의 아티스톡'의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눌러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작가님,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도자기 만드는 유의정입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최근까지도 레지던시 생활을 하셨다던데, 여기는 개인 작업실인가요?

학부 졸업 후 처음에 얻은 작업실은 홍대 앞이었어요. 조그맣게 얻었는데도 월세가 비쌌어요. 

이후엔 레지던시를 찾아다니며 노마드 생활을 좀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또 ‘이제는 내 작업실에 정착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여기는 안정된 집 같은 작업실을 생각하고 꾸민 공간입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레지던시 생활도 경험하고 싶어요. 돌아다니면서 작업하면 좋은 에너지를 얻거든요. 다른 작가들도 만나고 자극도 받고요.



-물레 작업을 하는 공간인데도 깨끗하네요!

네, 여기는 물레를 비롯한 성형 작업을 하는 곳입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작업들을 해보려고 해요.

오늘 오신다고 해서 치우긴 했는데(웃음) 실제 작업을 해도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도자기 작업이 먼지가 많이 나거든요. 환경을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진폐증도 생길 수 있고요.  저는 오랫동안 건강하게 작업하고 싶어요!


-그런 뜻이 있었군요! 미디어에 노출된 도자 작업 공간을 봐온 터라, 흙먼지도 나고 그럴 것 같았거든요. 

같은 도자 작업이어도 작가마다 다를 거예요. 저는 우연처럼 보이는 효과를 내기 위해 굉장히 치밀하게 연구를 하는 편인데요. 제 작품 중 유약이 자연스레 흘러내린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있어요. 그 작업은 주로 여기서 하죠. 

가장 먼저 도자기에 마스킹 테이프로 구간을 나눕니다. 또 어디에 어떤 그림을 넣을지, 유약은 어떻게 바를 건지, 몇 도에 굽고, 유약은 어느 정도 흘러내리게 할지 다 미리 정해요. 작업을 데이터화시키는 거죠. 그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도자 작업은 한 번에 이미지가 나오는 게 아니에요. 가마에서 여러 번 굽고, 색상을 입히죠. 한번 구웠는데 마음에 안 들게 나왔다고 깨부수는 일은 없어요. 왜 실패했는지 기록하고, 더 해봐요. 그렇게 쌓은 자료들로 ‘유의정만의 작업’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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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서 따로 공부도 많이 하는 편이겠어요. 어떤 공부를 하나요?

네, 책을 많이 봐요. 이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구매한 책인데요.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 한국 도자기 관련 전시를 하고 있었어요. 아주 진지하게 탐구한 전시가 인상적이었고요.

사실 그 좋은 도자기를  갖고 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그럴 수 없잖아요. 대신 책을 많이 사오고, 참고합니다.



-정말 열심히 보셨나 봐요. 책에 흔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네, 제가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을 때, 레퍼런스로 삼아 작업하고 싶은 것들 위주로 태그를 많이 붙여요. 

그러다 보면 책마다 태그가 많이 붙어있어서 이렇게 붙이는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죠(웃음). 그래도 ‘꼭 이거는 먼저 해봐야겠다’라고 하는 건 체크해 둡니다.



-도자기나 유물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했어요. 고궁이나 박물관이 가까이 있는 곳에서 자랐거든요. 뛰어놀던 집 뒷산이 성벽 터였고요!

대학 진학 후에 도예를 공부로 하다 보니, 전통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커졌달까요.

이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됐고요. 늘 주변 환경 속에 있었다는 깨우침을 얻었습니다. 이후엔 내가 작가라면 이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되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전통적인 모습의 청자인데, 코카콜라 문양이 들어가 있습니다. 익숙하다고 생각해서 스쳐 지나갈뻔하다가도 어라 하고 다시 보게 되는 작업이더군요.

이 작업은 ‘청자 상감 운학 코카콜라문 매병’입니다.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박물관에서도 도자기의 이름을 붙여 두잖아요. 

도자기 이름은 아주 정직해요. 청자인데, 상감기법을 써서 만들었고, 구름과 학, 코카콜라 문양을 새긴 입구가 좁고 어깨는 넓은 홀쭉한 병이라는 뜻이죠. 정말 보이는 것으로만 지은 이름이죠.



-그럼 전통 도자처럼 보이도록 만들고, 그 위에 일부러 현대의 무언가를 담는 이유는 뭔가요?

저는 전통적인 형태에 동시대적인 이미지를 이입시켜서, 중간 지대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거든요.

그리고 하나 더 생각했는데요. 박물관 안에 있는, 국보 몇 호라고 붙어있는 저 유물과 내가 만든 이 도자기의 차이는 뭔가, 왜 내 작업을 쓰레기고 저거는 보물인가. 어떤 조건이 있으면 유물이 되나.

이런 고민들도 했고요. 이런 질문의 연장선에서 탄생한 작업인 거죠. 마치 유물처럼 존재하지만 유물은 아닌 도자기.



-유물로 전해지는 도자기들. 그 속에 그려진 문양이 그 당시의 문화를 담고 있었단 이야기는 매번 흥미로워요. 당시 사람들은 어떤 생각, 생활을 했는지… 유물을 통해 해석하고 발견할 수 있는 거잖아요! 

맞아요. 유물 도자기에 참외나 포도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흥미롭답니다. 참외, 포도는 주렁주렁 열린다는 특징이 있어요. 그 옛날 사람들이 봤을 때는 풍요, 다산 같은 ‘부’를 상징할 수 있는 문양이었던 거죠. 계속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는 거예요.

지금은 루이비통이나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를 들고 다니고 싶어 하잖아요. 그 옛날 포도와 참외는 현대에선 이런 명품 브랜드 일지도 몰라요. 글이 아닌 다른 형태로 남겨진 문화의 모습이 도자기에 담겨있어요.



-도자의 표면이라고 해야 할까요. 입체가 아닌 평면에 집중해서 도자를 보니, 새롭게 보입니다.  

그게 도자 예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조형적인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형상과 이미지가 혼종 돼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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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렇게 큰 도자 작품은 얼마나 큰 가마가 있어야 하나요?

최종 결과물은, 작업을 시작할 때에 비해 18~20% 정도 크기가 줄어들어요. 흙의 수분이 빠지기 때문이죠. 2미터짜리 작품을 만들려면 20% 더 크게 만들어야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것처럼 큰 도자기를 구우려면 아주 큰 가마가 필요합니다. 사실 저도 큰 작업을 하고 싶어서 레지던시를 찾아다녔어요. 작업에 필요한 자본이나 기술을 지원해 줄 수 있는 곳에 가거나, 직접 기금을 따내기도 하고요.

그 과정에서 늘 도자가 가지고 있는 조형적 특징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고민했어요. 앞으로도 그럴 계획입니다.



-잠시 둘러봤지만, 작업이 일관성이 있으면서도 변화무쌍합니다.

제가 처음에는 아주 되바라진 도자기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크기도 키우고, 색채도 많이 집어넣고요. 근데 그걸 계속 반복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많은 이미지가 들어가 있다고 해서 많은 얘기를 하는 건 아니구나. 아주 적은 단어를 쓰면서도 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작업 방향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네요.

사람들이 도자기 표면의 화려한 색상과 문양만 본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좀 더 안으로 들어가고 싶더라고요. 보다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도자의 기본은 흙이거든요. 유약 표면에서 일어나는 크랙 현상을 빙열이라 하는데, 흙이 마르면서 일어나는 크랙 현상을 그대로 보여준 작업이에요.

도자 예술이 가지고 있는 아주 근본적인 형식들을 탐구하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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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물이 예상과 다르거나, 마음에 안들 때는 어떻게 하나요?

잘 될 때까지 계속 굽습니다(웃음). 잘 안됐다고 깨부수고 그런 거 없어요, 저는. 물고 늘어지는 편입니다. 어떻게든 만들어낸다는 생각으로요!

너무 고온으로 여러 번 구우면 작업이 바스러져요. 도자 흙이 한번 가마에 들어가서 1250도까지 온도가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그 과정을 n번 반복하면 흙이 바스러지더라고요. 제가 한 10번 정도까지 해봤거든요(웃음).

작업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닌 이상, 제가 먼저 포기하는 일은 없어요.



-앞으로는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가요?

지금까지 한국이 발전을 위해서 정신없이 달려왔다면, 이제는 전통과 역사를 한 번쯤 제대로 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어요. 그중에 도자 예술이 분명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제대로 보여주는 사람이 제가 될 수 있길 바라요. 

도자 예술이라는 게 이렇게 보일 수도 있구나! 멋있다! 되게 세련됐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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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정 작가

국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도예학과 조교수


홍익대학교 대학원 박사(도예전공)

홍익대학교 대학원 도예과 석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 유리과 졸업


개인전

2021 Naked. galleryPURPLE, 남양주, 한국

2021  색상가면. galleryCNK, 대구, 한국

2018  금은보화 - 일상에서 찾은 보물들. galleryROYAL, 서울, 한국

2016 Imagery & Figuration. galleryPURPLE, 남양주, 한국

2016 수복강녕. 한독의약박물관 생명갤러리, 음성, 한국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한국

대구시립미술관, 한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 런던, 영국

중국상위박물관, 상위구, 중국

한독의약박물관, 음성,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한국

OCI미술관, 한국

노르웨이 국립장식예술박물관, Trondheim, Norway 

한향림현대도자미술관, 한국